중경삼림, 重慶森林 : Chungking Express, 1994 Flims






너무나 유명해서 더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 이라는 표현을 우리는 많이 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 기준일뿐. 나는 이 영화를 그저 왕가위 감독의 히트작, 혹은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정도로만 알고있었을 뿐이었다. 20세기말의 이 명작을 21세기가 시작된지 10년이 더 지나서야 보게된건 홍콩영화의 강한 억양때문이 감정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란 이유가 젤 컷고, 게다가 왕가위 감독의 스텝프린팅은 핸드헬드와 섞여서 나를 더욱 어지럽게 만든다. 이정도로 내가 이 영화를 보는데 20년 가량 걸린것에 대한 터무니없이 부족한 변명을 수습하며 들어가야겠다. 사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본게 처음은 아니다. <마이블루베리나이츠>는 2008년 내가 본 영화들중 다섯손가락안에 들만했으며, <화양연화>도 몰입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이보다 먼저 접했다. 그리고 나도 안다. <해피투게더>나 <아비정전>같은 영화들도 왕가위의 필모그래피에 빛나고있다는건 익히들어 알고있었다. 하지만 왕가위를 수식하는 모든것은 늘 <중경삼림>으로 끝났다. 도대체 뭘까 - 하는 기분으로 보게된것이 시작이었던것같다.




영화에는 두개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흐른다. 두명의 남자가 각각 전후반 나눠서 실연당한 경찰을 연기한다. 바로 금성무와 양조위다. 이 둘하면 <적벽대전>에서 본 제갈량과 주유가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다행이 이제부턴 그럴 걱정은 없어졌다. 사복경찰을 연기하는 금성무는 자신의 생일인 5월1일이자, 연인과 헤어진지 딱 한달이 되는 그 날까지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모으고 그날이 오자 그것을 다 먹어버리고 옛연인을 잊기로 결심한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낭만적이자 굉장히 순진하고 바보같은 행동이지만 그것이 그만의 실연극복법인것이다. 키우는 개와의 교감도 아쉬워하는 그는 술집에 들어오는 첫번째 여자를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감성남이다. 마약밀매와 보스살해를 준비하는 그런 여자에게 자신의 실연을 묻어버리고 의지하려는 금성무지만 호텔문을 나설때는 결국 그녀의 힘들고 지친 구두를 닦고나와 아침 조깅으로 슬픔을 잊으려하는, 그렇게 또 이겨내고 나아가는 남자다.




실연의 아픔을 잊는 법은 양조위도 만만치않다. 조각상같은 금성무보단 조금 더 따듯해보이는 이 경찰아저씨는 헤어진 연인이 집에 남기고간 자취들이 묻어있는 물건들에게 말을 건네고 위로하면서도, 남겨진 편지는 열어보지도 못하는 그런 남자다. 이런 그에게 발랄하고 생기넘치는 왕정문이 다가온다. 옛 연인의 흔적들을 그에게서부터 조금씩 지워나가려는듯, 그가 집에 없는 시간에 찾아가 집안을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과거의 생각과 기억들을 새것으로 바꾸어 나가는 장면들이 참 의미있다. 집중력이 뛰어나다면서도 눈치채지못하는 양조위는 결국 그녀가 바꾸어놓은 자신의 집에서 그녀와 낮잠을 잔다. 캘리포니아 바에서 만나자는 데이트 신청을 받고 정말 캘리포니아로 날아가버린 그녀. 그녀가 남기고 간 1년뒤의 비행기티켓 그림을 간직한채 그는 다시 돌아온 그녀를 그 자리에서 맞이한다. 장소를 모르겠다면서, 티켓을 다시 그려달라면서.








양가위는 홍콩의 어둡고 지저분한 거리에 어설픈 서구화의 상징물들을 섞어놓아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의 배경을 만들었다. 거기에 특유의 촬영기법들이 영화를 더 몽환적이고 낭만적으로 만든다. 굳이 여기에 써놓지않아도 될만한 명대사들의 나열이나, 그래서 결국 사랑하라 - 라는 메세지는 영화의 여운을 오래 남긴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실연당하고 상처받고 쓸쓸해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새로운 사랑을 위한 빈자리가 된다. 우리는 왕정문처럼 마음속으로는 캘리포니아를 꿈꾸고있지만 상처를 치유받는 길 또한 반드시 그곳에 있는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

으억... 오늘의 추천글 감사합니다 :)

테마인기글은 몇번 해봤는데 제 포스팅이 오늘의 추천글에 올라간건 처음이네요 !!





덧글

  • Yann 2012/01/18 03:18 # 삭제 답글

    공감합니다.
  • 레비 2012/01/18 03:21 #

    늦은시간에 올린글에 바로 댓글이 달려서 깜짝 놀랐네요 :) 방문 감사합니다 !
  • Yann 2012/01/18 03:28 # 삭제 답글

    아..혹시 괜찮으시다면, 링크걸어서 제 트윗에 올려도 될까요?
    중경삼림 영화를 제가 진짜진짜 좋아해서요.
  • 레비 2012/01/18 09:30 #

    네 :) 괜찮습니다 !!
  • あさぎり 2012/01/18 04:11 # 답글

    좋았던 리즈시절은 다 지나가고..
  • 레비 2012/01/18 09:30 #

    음?!!ㅋㅋ
  • 나래 2012/01/18 16:58 # 삭제 답글

    왕비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스토커일거야 ㅋㅋ
  • 레비 2012/01/18 22:51 #

    흐느적흐느적 거리면서 집안 정리하는 모습 너무 귀여워 ㅋㅋ
    저런 헤어스타일을 가진 여자 매력적임.... -_-ㅋㅋ
  • 2012/01/20 09: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1/20 11:41 #

    ㅎㅎ 몰래보고가실 필요없어요 :) 방문 감사합니다. 맞링크 드리고싶은데 이글루에 아무것도 안보여요..ㅠㅠ 옆에는 카테고리가 아니라 카테고리 처럼 보이게 만든 메모장 위젯입니다 :) 그래서 포스트갯수가 안보여요. 저도 그거 숨기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알게된 방법입니다 ! 카테고리 기능을 아예 제거하고 일일히 링크설정 해주어야하는게 번거롭지만 이 편이 깔끔해서 하고있습니다//
  • 2012/01/20 12: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1/20 13:13 #

    방문 감사합니다 :) 명대사들이 참 많이 녹아있는 영화예요 !
    Mamas & Papas의 California dreaming 입니다 :D ㅎㅎ
    저도 그거보고 파인애플 통조림이 먹고 싶어졌어요. ㅋㅋ
  • 무지하다 2012/01/20 12:58 # 답글

    오늘 다시 볼 예정입니다. 그 장면들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네요
  • 레비 2012/01/20 13:14 #

    :) 방문감사합니다. 잊을만할때쯤 다시 봐도 좋을 영화같아요.
  • 엠보싱 2012/01/20 14:18 # 답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에요 이영화 보고나서 양조위한테 빠졌다는.... 근데 알고보니 아빠뻘이었고 ㅋㅋㅋㅋ 왕가위 양조위 조합은 너무 좋은거 같애요
  • 레비 2012/01/20 17:23 #

    양가위 양조위 조합이라 :) 다른 영화는 또 뭐가 있을지 찾아봐야겠군요 !
  • 지나가다 2012/01/20 14:29 # 삭제 답글

    중경삼림 2부에 해당하는 타락천사는 기대치에 다소 미치지 못했지요.
    그만큼 중경삼림이 잘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됨.
  • 레비 2012/01/20 17:24 #

    아 <타락천사>가 중경삼림의 2부인가요..? 흥미로워지는데요.. :) 방문감사합니다 !
  • 에이니드 2012/01/20 16:01 # 답글

    저는 통통해진 비누한테 말걸던 양조위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 레비 2012/01/20 17:24 #

    네 :) 자신의 감정을 방안의 물건들에게 투영하고 물이 떨어지는 수건을 보고 울지말라고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 방문감사합니다 !
  • 2012/01/22 03: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비 2012/01/22 13:58 #

    아 죄송해요 ㅎㅎ 제가 너무 대충 말씀드렸나봅니다 :)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

    일단 제가 사용하는 위젯은 '커스텀 카테고리 by귤곰' 입니다. 이웃 블로거인 귤곰님이 몇년전에 만드신것인데 이글루스 무료위젯에 배포되어있어요.

    공유센터 링크 드릴게요 http://valley.egloos.com/center/widget/281?od=3 여기 가셔서 내 저장위젯에 담으시고 본인 블로그 스킨에디터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상단메뉴중 위젯 추가/선택 > 내 저장위젯 > 방금 넣으신 카테고리 위젯을 체크하시면 위치 조절을 할수있어요. 거기서 대충 위치를 잡으시고 <위젯정보수정> 클릭해서 뜨는 여러 위젯들 중 커스텀카테고리를 찾아서 다시 위젯정보수정을 누르면 팝업창처럼 'html/script 위젯 만들기' 가 떠요. 거기서부터 이제 자신이 사용할 메뉴를 넣고 링크를 하나하나 걸어주는 작업을 해야되는데 그 소스는 여기 나온대로 따라하심되요 :)
    >> http://kumako.egloos.com/2328530
    귤곰님이 만드신거라 직접 링크 넣을게요 :D



  • UNCK 2012/01/26 09:39 #

    친절한 설명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유용한 정보 주셔서 바랬던 대로 잘 만들었어요! 자주자주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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