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ristina Barcelona, 2008 Flims






우선 이 영화를 국내 개봉시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한국 포스터에다가 세 배우의 구도 사이에 '둘이면..셋이하면..?' 따위의 삽입문구를 집어넣어 지저분한 3류 쓰리썸 불륜드라마 처럼 홍보해서 흥행에 참패한 수입사에 경의를 표한다. 페넬로페 크루즈, 스칼렛요한슨같은 섹시심벌들이 야릇한 구도로 있는 포스터를 보고 이거다 싶었겠지. 뭐 수입 제목자체에 낚일만큼 요즘 한국관객들의 수준이 낮진않지만 (하지만 불과 몇주전에 '신들의 전쟁'이라는 제목에 또 낚여서 땅을 쳤던 나인지라 이런말 하기에 부끄럽다...) 아예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것을 지적하고 넘어가고 싶다.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사실 제목만보면 바르셀로나만 알아듣겠다. 비키와 크리스티나 두 여주인공이 바르셀로나에서 여름을 보내며 한 남자와 전처를 만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이다. 조금 익숙한 스타일이다 싶었더니 우디 알렌 감독.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스페인의 풍경이 화보집처럼 펼쳐진다. 생각만큼 그렇게 난해하지도 않고 그냥 보이는대로 따라가기만해도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다.






사실 포스터는 그닥 마음에 들지않는다. 배우들의 한쪽눈만 나온 저 삼각구도는 무얼 말하고자하는지는 알겠지만 레베카 홀이 포스터에 아예 나오지않는건 정말 의외다. 아무리 페넬로페와 스칼렛에 비해 네임벨류가 떨어져도 그렇지 주인공은 사실 레베카 홀이 맡은 비키 역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삼각구도는 포스터위의 세명이 맞지만 영화는 내내 삼각에서 한발 떨어져있던 비키에 촛점을 잡는 느낌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레베카 홀은 계획적이고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틀에 박힌 새신부의 모습에서 차츰 흔들리면서도 자신을 둘러싸고 지탱해왔던 것들을 끝내 손가락 끝으로라도 붙잡으려고 갈등하는 비키를 연기한다. 물론 그 전개에는 조금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모습이 있긴하지만.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비키와 크리스티나 중, 더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은 비키에 더 가깝다. 그러니 카메라가 비키쪽으로 향하는건 어찌보면 이상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크리스티나 역시 비키와 대칭에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성적이고 일탈적인 면을 잘 잡아내지 못한점은 아쉽다. 아니, 스칼렛요한슨은 최선을 다했어도 페넬로페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그녀가 연기한 마리아야 말로 불안정하고 충동적이며 일탈적인 캐릭터이기에 비키 옆에서 균형을 잡아야 보기좋을 크리스티나가 가려졌고, 그 시점부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기묘한 3인의 동거 이야기로 나아가려는건가 하면서. 






이 영화로 우디알렌은 66회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영화부분 최우수 작품상을, 페넬로페 크루즈는 81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는다. 페넬로페는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약간 미스캐스팅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영화를 보면서 살짝살짝 들었다. 캐릭터는 갈팡질팡하고 다른 캐릭터들의 심리가 변해가는 동안에도 스칼렛의 크리스티나 역할은 심적 변화를 표현하기에 별다른 요소가 좀 부족해보였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우직하면서도 자유로운 예술가 정신을 가진 에스파냐 남자에 잘 어울렸고, 페넬로페 크루즈는 억센 억양의 스패니쉬와 잘 맞아떨어지며 불안한 정신을 가진 라틴계 여자의 연기를 충분히 해냈다.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후안 안토니오는 바람둥이 호색한의 분위기와 솔직한 표현과 부드러운 행동을 보이는 로맨틱가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지만 균형을 잘 잡았고, 썩 괜찮은 남자 주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한가지 더 생각하고 싶은것은 영화의 제목이다. 영화를 보기전에 제목만으로 알수있는 정보는 바르셀로나뿐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선 이제 알 수 있다. 콤마도 없지만 분명 제목은 세가지를 말하고 있다. 앞선 두가지는 두 말할것없이 두 여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는 단순한 배경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음에도 그 지위가 제목에까지 올랐다. 영화가 사실은 우디 알렌이 만든 스페인 홍보 프로젝트 영화였다는 이야기는 잠시 제쳐두더라도 바르셀로나, 그리고 스페인이라는 배경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두 여주인공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미국에서 스페인에 도착하고, 영화가 끝날때가 되어서야 미국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그 배경이 되는 스페인의 거리가 내내 바뀌지않기에 이 모든것이 흔히 말하는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일임을 잠시 잊게 만든다. 우리는 이상하게 여행을 가면, 혹은 여행지에서 더 호기로워지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한다. 여행은 곧 일탈, 탈출, 해방의 키워드를 갖는다. 두 여주인공들에게 바르셀로나는 이상의 키워드와 동의어가 된다. 바르셀로나가 아닌 미국이 배경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자신의 약혼자가 있는 비키와 그리고 미국에서 자랐지만 유러피안적 마인드를 가진 크리스티나, 둘이 뉴욕을 배경으로 이런 파격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었을까. 기존의 가치관에 억눌러져있던 비키마저 분출하게 만드는 장소. 그것은 '여행지'이고, 그곳은 바르셀로나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여행지에서 뼈를 묻을순 없다. 우리는 언제든 휴가가 끝나면 일상과 집으로 돌아가고, 그 순간 일탈은 거기까지다. 당연히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휴가의 마지막날을 가지고 휴가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단순히 아름다운 배경만을 제공하는 장소가 아닌, 이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스페인의 멋진 배경과 풍경들이 깔리고, 그 위에 세 여자와 한 남자의 다소 급격하지만 몽롱한 관계가 덧칠해지면서 영화의 색채는 붉고 정열적이고, 영상은 따듯하지만 어딘가 불안함을 안고있으며, ost는 감미로워진다. 단순히 삼각관계 로맨스 영화로 치부하고봐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감독의 이름 앞에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영화, <Vicky Cristina Barcelon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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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누누슴 2012/06/21 23:06 # 삭제 답글

    이 영화 보진 않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우디알렌의 몇 영화에 나오지 않았나요?
  • 레비 2012/06/22 15:28 #

    전 사실 우디앨런의 영화를 많이 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네요 ^_ㅠ 스칼렛 요한슨은 소싯적에(?!) 참 좋아했었는데 갈수록 매력을 다 해가는것같아서 이제는 제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난 배우예요 ㅠ
  • 코코벨라 2013/02/07 22:54 # 답글

    영화가 보고싶은데 다운받으려니 없네요. 검색으로 들어와서 잘 보구갑니다-
  • 2013/02/10 10: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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