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 The Beguiled, 2017 Flims




<블링 링> 이후 참 오랫만에 소피아 코폴라를 봤다. 니콜 키드먼을 빼고 커스틴 던스트와 엘르 패닝은 몇번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에 출연한 전례가 있었다. 특히 얼마전 니클라스 윈딩 레픈의 <네온 데몬>에서의 엘르 패닝이 인상적이어서, 그녀의 최근작을 또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1971년작을 아쉽게도 먼저 보지 못했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소피아 코폴라의 차이 만큼이나 두 영화가 시점부터 다를 거라는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콜린 파렐이 '매혹적인' 남자와는 거리가 좀 있는 연기를 해서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난 이게 오히려 고도의 노림수가 아니었나 싶었다. 세명의 주연급 여자들로 '집'을 구축한 감독은, 남자의 무게감을 조금 덜어내고 차라리 좀 더 가볍고 쓴웃음 지어지는 남자를 '외부인'으로 초대해, 치밀해보이지만 실상은 어설픈 갈등의 씨앗으로 삼은게 아닐까. 심지어 포스터에조차 '남자'의 얼굴을 드러나지 않고 초점은 세명의 여자에게 맞추어져있다. 그런 치밀한척하지만 사실은 속보이는 어리숙한 남자 역할에 콜린 파렐은 좋은 선택이었던것 같다.

니콜 키드먼이 '내부'이자 여학교의 원장 역할에 그렇게 우아하게 어울려 보였던 것은 <디 아더스>에서 봤던 분위기 때문에서 였을까. 소피아 코폴라는 학교라는 닫힌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로 지금 시대가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철저히 단절시키고 큰 철문으로 걸어둔채 여자들만의 커뮤니티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리고 단 한명의 남자이자 이방인 존(콜린 파렐)을 그 한가운데에 밀어넣었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공동체의 조짐과 변화를 아주 과묵하게, 그렇지만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냈다. 가장 어리지만 가장 거침없는 알리시아(엘르 패닝)와 소외된 내부인인 에드위나(커스틴 던스트), 그리고 존에 의해 내적충돌을 겪는 마사(니콜 키드먼), 이 세명의 캐릭터의 연기와 절제된 대사들이 영화의 몰입감을 끌어올리고 심리 묘사를 최대치로 해냈다. 존이 굉장히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외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공동체에 파도가 격정적으로 이는 것은, 전쟁 중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닫힌 계에 긴장과 평온 사이의 일상을 깨는 적군 병사의 난입이 그토록 큰 사건이자 변화였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이 닫혀있던 시스템이 적응하고, 받아들이고, 흡수하고 다시 내뱉는, 문자 그대로 외부와 내부의 경계선인 철문 밖에 '내어 놓는' 데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이 이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의 얼개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세 명의 다른 여자들이 각각의 사연을 연기하는 듯 보이지만, 이건 마치 한 명의 인간이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데에서부터 마음 밖으로 내놓기까지의, 즉 만남부터 헤어짐까지의 하나의 싸이클을 겪으면서 느끼는 내적 변화가 물리적, 거시적으로 표현된 영화는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375

통계 위젯 (화이트)

8645
253
902383

웹폰트 (나눔고딕)

mouse block